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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길고양이 10] 이집트 룩소르 | 구슬픈
    고양이/세계의길고양이 2010. 6. 3. 23:00




    0 9 0 7 2 1 | 이집트 룩소르 Egypt Luxor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 룩소르역 근처의 한 식당.
    저 멀리 아시아의 동쪽 끝에서 온 낯설게 생긴 우리만 유일하게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거한 한상이 차려졌을 때 쯤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고양이 한마리가
    슬그머니 식탁 옆으로 다가와 살포시 앉았다.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못지 않은 초롱한 큰 눈망울을 가진 고양이.
    큰 귀는 그 눈을 더욱 구슬프게 만들었다.

    우리는 더위에 지쳐 입맛이 없었고 마침 주문한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한입에 먹기 좋게 잘게 고기를 발라서 후후 입바람을 불어 뜨겁지 않게 해서
    체하지 않게 천천히 던져주었다.











    0 9 0 7 2 10 7 2 2| 이집트 룩소르 Egypt Luxor


    1층은 식당 2층부터는 낡은 호텔.
    숙박비에 포함된 아침은 1층의 식당에서 먹었다.

    건물 앞 골목에 늘어 놓은 식탁에
    빵, 삶은 계란, 과일 조합의
    간단한 한 접시의 아침이 놓여지자
    두 마리의 고양이가 다가왔다.

    어제도 봤던 녀석들.
    아마도 이곳에 상주하는가보다.

    빵을 조금 떼어서 건네줬다.
    어린 아이는 열심히 먹을려고 하는데
    빵에는 관심도 없는 큰 아이는
    괜히 어린 아이에게 하악거리며 심술을 부렸다.

    작고 야윈 어린 아이.
    거기다 한쪽 눈까지 어디서 다쳤는지 못 쓰게 된 가여운 아이.
    우리 둘이 가진 네 다리로 큰 아이를 견제하며
    어린 아이에게만 빵과 삶은 계란을 놓아주었다.

    그것 밖에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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