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9 . 1 0 . 2 1 . 수 | 칠레 이스터섬 -> 산티아고(산띠아고) , Chile Easter Island -> Santiago
4박 5일의 이스터섬 여행, 어느새 마지막 날.
차로 섬은 왠만큼 둘러봤고 어제는 걸어서 돌아다니기까지 해
오늘은 딱히 할 만한 게 없다.
아침으로는 썩 어울리지 않는 스파게티를 해 먹고
사진 정리를 하며 2시에 떠나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어제 주인아줌마가 와서는 12시쯤에 공항에 데려다 주겠노라노 했었다.
오늘 다시 와서는 느닷없이 언제 갈꺼냐고 물어왔다.
그래 뭐, 까 먹을수도 있지 하면서,
"1시에 가려구요~"
"그럼, 맞춰서 택시 불러다 줄께~"
그랬는데 12시 조금 넘어서 아줌마가 다시 왔다.
"갑시다~"
아줌마의 낡은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06311354D5F7FB51B)
다니는 비행편이 몇 안 돼 비행기가 오고 가고 할 때만 붐비는 공항은
이제 곧 도착할 -우리를 태우고 산티아고로 갈-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팔에 꽃목걸이를 걸고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
예약을 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체크인을 하고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기념품이라는 명목에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진 탓인지 가격이 꽤 크게 다가왔다.
거기다 기념품을 마음껏 사 모을 수도 없는 처지.
작은 모아이 열쇠고리를 하나 챙겼다.
비행기가 이스터섬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창가가 아닌 가운데 자리에 앉게 되는 바람에
마지막으로 섬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경박스럽지 않게 몇번 고개를 저으며 창 밖을 내다 보려고 용 쓰다가
그냥 모니터에 시선을 꽂았다. 육지로 머리를 돌린 비행기가 섬을 덮고 있었다.
모아이가 내뿜는 신비스러움이 있는 섬,
서태지가 다녀간 섬에서 점점 멀어지며 올 때와 비슷한 느낌이 스며들었다.
외계 행성 같이 멀게만 느껴지던 섬에 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듯,
이스터섬에서 지내다 가는 게 꿈을 꾼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오기 전에 했던 '언제 가 볼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이제 '언제 다시 올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날씨만 빼면 거의 만족스러웠던 4박5일이었기에 미련은 없지만
영영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적적해졌다.
잘 있어요, 모아이들~
이스터섬 잘 지켜주구요~
이스터섬으로 갈 때 다섯시간 조금 넘게 걸렸던 것과는 달리
다섯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빨리 온 듯한 느낌이지만 시간대가 달라지고 2시간이 더해져 어느 새 밤 9시.
이제 시간대가 바뀌는 것은 익숙해질만도 한데 여전히 영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벌써 두번이나 왔던 공항이라고 시내로 들어가는 것을 한번 해 봤다고
서툴지 않게 공항버스를 찾아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 짐을 맡겨둔 할머니민박으로 갔다.
한번 갔던 도시에 돌아오기는 케냐 나이로비, 프랑스 마르세유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늘 새로운 곳으로만 가다가 이렇게 들렀던 곳에 다시 오면 기분이 색다르다.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인데 한 번 왔었다는 이유로 마음이 편해지는 이 기분.
처음 남미에, 칠레에,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 그 때보다 한결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