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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섬고냉이] 미안
    고양이/그리고 2011. 6. 1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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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 5코스를 열심히 걷고 있었다.
    어느 마을의 골목길에 접어 들었는데 돌담 위 나무 덤불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온몸으로 토해내는 악이 담긴 소리.
    잦아들지도 않았다.

    무슨 일인지 어디에 있는지 복잡하게 얽힌 나뭇가지 사이를 살폈지만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려던 순간 시커먼 것이 나뭇가지로부터 벽을 타고 떨어졌다.

    하얀색 점 하나 없는 완전 까만 새끼 고양이.
    이제 막 젖을 땠을까 싶을 정도로 작았다.
    어미를 잃은 것일까?

    우리를 쳐다보며 여전히 울어대는 작은 고양이는
    겁도 없이 다리 사이를 파고 들었다.





    외면할 수 없어, 아니 외면하지 못하게 했다.
    조금만 걸음을 옮겨도 그 작고 짧은 다리로 총총거리며 쫓아왔다.

    이 험한 길바닥에 홀로 남겨진 이 작은 아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데려가서 보살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로는 이 아이를 쉽게 껴안을 수가 없었다.

    마음 독하게 먹고 등을 돌렸지만 야옹거리며 부리나케 쫓아 달려왔다.
    힘겹더라도 잘 버티고 잘 살아남으라며 더 이상 따라오지마라고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가판대 아래로 들어가 우리를 놓친 사이에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달아났다.


    무럭무럭 잘 크고 있을까?
    잘 살아야할텐데...
    안 그러면 우리가 너무 미안한데...



    1 1 . 0 5 . 2 8 . 토





    .고냉이, 고양이의 제주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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